야생 학습을 하면 자연스레 지식이 실전을 뒤따르게 된다. 우테코에서 처음 제대로 경험한 야생 학습은 낯설었으나 너무 잘 적응한 탓인지 어느 순간 당장 쓰이지 않을 지식을 공부하는 게 마땅찮았다.
당장 터지는 테스트를 고치고 싶을 뿐인데 왜 Configuration을 알아야 하지? 이걸 쓸 때가 있을까? 좋게 말하면 야생, 나쁘게 말하면 땜빵 마인드로, 그래도 연계되는 지식을 우겨넣고는 있었다. 언젠가는 쓸모가 있겠지 하고. 이런 알지만 알지 못하는 죽은 지식이 레벨3 프로젝트를 하다 죽은 줄 알았지만 다 때가 있구나! 로 바뀌는 순간을 겪었다.

@Bean은 외부 라이브러리를 등록하고…

나에겐 @Bean알지만 알지 못하는 죽은 지식이었다. @Bean과 @Component의 차이 포스팅을 쓰기도 했고, @Bean의 쓰임새가 뭐냐고 하면 줄줄 얘기할 수 있었다. 개발자가 직접 제어할 수 없는 외부 라이브러리 클래스를 빈에 등록할 때 사용됩니다. 하고. 그런데 좀처럼 @Bean을 사용할 일이 없었다.

그러다 레벨3 프로젝트인 줍줍에서 슬랙 api를 자바 라이브러리를 통해 호출하게 되었다.

MethodsClient slackClient = Slack.getInstance().methods();
ConversationsInfoResponse response = slackClient.conversationsInfo(
    request -> request.token(slackBotToken));

해당 코드를 살펴보자. 우선 Slack.getInstance()부분이다. getInstance()라는 정적 팩토리 메서드 명에서 추측 가능하듯이 Slack의 싱글턴 객체를 얻게 된다. methods()MethodsClient라는 api 호출용 인스턴스를 반환한다. 이 methods()안에서는 http 요청을 보낼 때 필요값을 설정하는 작업이 일어난다.

얻게 되는 최종 인스턴스는 MethodsClientImpl이라는 MethodsClient의 구현체이다. 변경되는 상태값이 없는데다 여러 객체에서 이 인스턴스를 이용해 슬랙 api를 호출한다. 따라서 필요한 곳에서 중복 생성하기 보다 싱글턴 스프링 빈으로 만들어 관리하고 주입하는게 좋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빈으로 만들까? 생각하다가 바로 이 때 @Bean을 쓰는 거구나! 하는 깨달음이 왔다.

@Configuration
public class SlackConfig {

    @Bean
    public MethodsClient methodsClient() {
        return Slack.getInstance().methods();
    }
}

그리고 이렇게 생성한 빈을 해당 객체를 사용하는 곳에서 주입받게 개선했다.

@Component
public class MemberInitializer {

    private final MethodsClient slackClient;
    private final MemberRepository memberRepository;

    public MemberInitializer(MethodsClient slackClient, MemberRepository memberRepository) {
        this.slackClient = slackClient;
        this.memberRepository = memberRepository;
    }
    ...

야생 적응 완료 기념비

어찌보면 그냥 @Bean을 사용했다 로 요약할 수 있는 하찮은 내용을 굳이 회고 포스팅으로 남긴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이 일을 통해 내가 완전히 야생 학습에 적응했다는 것을 기념하고 싶어서다.

우테코 레벨2 글쓰기 미션에서 야생 학습이 익숙하지 않았음을 얘기했었다. 주어진 인터넷 강의를 차례로 들으며 따라 치는게 익숙했었고, 책을 목차대로 읽는게 마음 편했다. 그런데 이번 일로 야생에서 익히지 않은, 그러니까 실전과 일치하지 않는 지식은 사실 나에게 진짜 와닿은 지식이 아니었음을 실감했다. 우테코에 와서 바뀐 나의 학습 모습이 스스로도 놀랍다.

두번째로, 다람쥐가 묻어두고 잊어버린 도토리처럼 죽은 줄 알았던 지식이 우연히 실전이라는 비를 만나 싹틔우는 짜릿함에 눈뜬 것을 기념하기 위함이다. 부끄럽지만 깊은 학습을 해야 한다고 되뇌이면서도, 야생 학습이라는 핑계로 늘 빠져나갈 궁리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Bean이라는 복선이 회수되는 순간 진심으로 와... 이걸 위해 공부했구나! 싶어 정말 기뻤다. 야생 학습과 모순되는 말이겠지만 이 즐거움을 더 느끼고 싶어서라도 지식을 더 더 많이, 미리 확장시켜 둬야겠다 생각했다.

하여간 @Bean하나 적절히 쓴 걸로 유난이다 싶을 수도 있겠지만… 이 일이 있어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다시 얻어 걸리기 위해서. 레벨3, 진~짜 힘들지만 재밌다.